“진작에 왔어야 되는데, 이제서야 알게 되어서 지금 왔다.”고 하면서 진료실에 70대의 할머니 한 분이 오셨다. “약 3주 전부터 왼쪽 갈비뼈 아래 부위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물집이 잡히더니, 피부 증상은 금새 사라졌는데, 이게 속으로 들어가서 콕콕 쑤시고 괴롭힌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이제는 약을 먹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서 힘들다.”고 말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대상포진(흔히 ‘띠단’이라 알려져 있다.)의 증상이자 경과이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수두에 걸렸던 사람의 감각신경절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① 수술이나 외상, ② 면역억제제의 투여, ③ 악성종양, ④ 감염, ⑤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 ⑥ 정서적인 스트레스 등에 의해 재활성화 되어 나타나는 피부병변 및 통증 등의 증상을 일컫는다.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는 통증보다는 피부병변에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가벼운 증상으로 생각하여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상포진은 신경뿌리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지 않게 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발전하게 되어 따갑거나 예리한 지속적인 통증 및 이질통(통각이 아닌 자극을 통증이라고 느끼는 것), 우울감, 식욕부진, 권태감, 수면장애 등이 동반되게 된다. 따라서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게 되는 것이다.

치료의 원칙은 항바이러스제 투여, 피부병변의 치료, 항염증제의 투여, 진통제 투여, 항우울제 및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투여, 신경차단술을 통하여 초기 감염의 확산을 억제하고, 감염기간을 단축하며, 중증도를 감소시키고, 다른 부위로의 전파를 방지하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처음에 기술되어 있는 5가지의 치료법은 가장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치료이지만 이 치료만 시행한 경우에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의 진행을 억제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국소마취제를 이용한 신경차단술은 급성대상포진 통증을 가장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또한 급성기의 염증반응을 가라 앉힐 수 있으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신경 및 척수의 변형을 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신경차단술은 빠른 시간 안에 시작하는 것이 통증을 감소시키고, 통증으로 인한 우울감, 식욕부진, 권태감, 수면장애 등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어 쾌적한 삶을 영위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빛통증의학과
통증의학과 전문의 정일만